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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하는 분자 이야기

by revolu 2025. 4. 14.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AI는 빠르게 중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화학’은 AI의 진보가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복잡한 화학 반응을 분석하고,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며, 심지어는 새로운 약물까지 디자인하는 시대. 바로 ‘AI와 함께하는 분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죠. 오늘은 AI가 어떻게 분자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이 어떻게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지,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에서 흥미롭게 풀어보겠습니다.

1. 분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모든 물질, 즉 공기, 물, 음식, 약, 심지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까지도 사실은 아주 작고 정교한 입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입자들의 가장 작은 단위가 바로 원자(atom)이고, 이 원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서로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 분자(molecule)입니다. 분자를 상상할 때는 마치 ‘레고 블록’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각각의 원자가 하나의 블록이라면, 이 블록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모양으로, 몇 개씩 조립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지게 되죠. 예를 들어, 산소 원자 두 개(O₂)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구성하지만,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H₂O)가 만나면 우리가 마시는 물이 됩니다. 단지 구성 원소가 같다고 해서 같은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이죠. 화학자들은 이러한 분자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분자의 형태가 입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분자의 작동 방식은 그 모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어떤 약물이 특정한 질병에 작용하는 것도 분자의 구조가 그 ‘표적’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분자는 평면이 아닌 3차원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 구조에는 각 원자의 위치, 결합 각도, 회전 가능성 등이 포함됩니다.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복잡하지만, 컴퓨터 모델링과 실험 장비 덕분에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분자의 구조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 기본적인 원자들로만 이루어진 분자라 해도, 원자의 배치 순서와 결합 방식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의 조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거나 실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바로 여기서 AI의 등장이 엄청난 전환점이 됩니다. 사람은 수개월이 걸려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AI는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 몇 분 만에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 진보이기도 합니다. 분자의 구조를 아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더 나은 약을 만들고, 더 안전한 화학물질을 개발하며,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찾아내는 데 필수적인 첫걸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자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은 곧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2. AI는 분자를 어떻게 이해할까?

우리가 분자를 육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과학자들은 다양한 도구와 이론을 통해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분석해왔습니다. 그러나 분자는 너무 작고, 그 종류는 너무 많으며, 반응 방식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거나, 특정한 기능을 가진 분자를 찾는 일은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AI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화학 지식을 단기간에 학습하고, 수많은 분자 사이에서 숨어 있던 규칙과 연관성을 스스로 발견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AI에게 분자를 가르치는 방법

AI가 분자를 이해하는 데에는 먼저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 학습은 사람이 책을 읽고 개념을 익히는 것과 유사하지만,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며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들이 포함됩니다.

  • 수천만 개의 분자 구조와 그것의 3D 모양
  • 분자 간의 화학 반응 및 반응 경로
  • 분자의 물리적 특성 (끓는점, 녹는점, 밀도 등)
  • 약리 작용, 독성 여부, 생체 적합성 등 생물학적 데이터

AI는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스스로 해석합니다. 마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며 전체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것처럼, AI는 각각의 분자에 숨어 있는 ‘패턴’을 찾아내죠. 특히 AI는 사람이 인식하지 못한 미묘한 특징까지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두 분자가 겉으로 보기엔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AI는 그 미세한 구조 차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이해합니다.

분자를 그래프로 보는 시각

AI가 분자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분자를 화학식으로 보거나 분자 모델을 떠올리지만, AI는 분자를 '그래프(graph)'로 인식합니다. 여기서 그래프란 수학적인 개념으로, 각각의 원자를 ‘노드(node)’로, 원자 간의 결합을 ‘엣지(edge)’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AI는 분자의 구조를 하나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바라보게 되고, 이 네트워크 안에서 중요한 특징이나 규칙을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패턴의 결합이 독성을 유발하는지, 어떤 구조가 안정성을 높이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죠. 이 방식은 특히 딥러닝의 일종인 그래프 신경망(Graph Neural Network) 기술과 잘 어울려, 최신 화학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AI의 추론은 창의적이다

또한 AI는 단순히 기존의 데이터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분자 구조를 ‘상상’해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예술가가 그림을 그리듯 창의적인 면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이런 구조는 항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패턴을 학습한 뒤, 비슷한 성질을 가질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분자 구조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존에는 실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화학 연구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실제로 몇몇 AI 시스템은 이미 인간 연구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분자 구조를 제안하여,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신약 후보 물질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3.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처방받는 감기약부터, 암 치료제나 당뇨병 약처럼 생명을 좌우하는 전문의약품까지, 이 모든 약은 수많은 연구와 실험, 그리고 오랜 시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새로운 약이 탄생하는 과정을 신약 개발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며, 무엇보다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입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의 현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평균 10~15년, 비용은 1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천 개의 후보 물질을 합성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은 중도에 탈락하며, 임상시험까지 무사히 통과하는 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고비용의 산업이 바로 제약 산업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이 들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후보 물질 선별: 수많은 화합물 중에서 효과가 있을 만한 물질을 찾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립니다.
  • 독성 및 안정성 테스트: 약이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나 독성이 있으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 임상시험: 수많은 규제와 윤리적 절차 속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 허가 및 상용화: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비로소 약으로 출시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직접 수행한다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소모됩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언제나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그 해답으로 AI가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AI가 신약 개발에 가져온 혁신

AI는 신약 개발의 각 단계를 단축시키고, 예측력을 높이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특히 후보 물질 탐색, 독성 예측, 작용 기전 분석 등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죠.

1. 후보 물질의 빠른 예측

AI는 수백만 개의 화합물 구조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하여, 어떤 분자가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을지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실험해야 했던 것을, 이제는 AI가 가상 실험을 통해 미리 걸러주는 셈이죠.

2. 부작용과 독성 예측

아무리 효과적인 약이라도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AI는 이전에 축적된 수많은 임상 데이터와 약물 정보를 학습하여, 어떤 분자가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예측해줍니다. 덕분에 불필요한 임상시험을 줄이고, 더 안전한 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죠.

3. 신약 설계 자체를 AI가

이제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AI가 직접 약을 설계하는 단계까지 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분자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AI는 그에 맞는 분자 구조를 자동으로 설계해주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이는 마치 화학자 대신 AI가 약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실제 사례: AI 신약 개발의 성과

최근 몇 년 사이, 실제로 AI를 활용해 개발된 신약이 임상 시험 단계까지 진입하거나, 일부는 시판 승인을 받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 영국의 '엑센티아(Exscientia)'는 세계 최초로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 물질을 임상 시험에 올렸으며, 연구 속도를 기존 대비 수배 이상 앞당겼습니다.
  •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Alpha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함으로써, 약물이 어떻게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지를 훨씬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Sanofi, Pfizer, Novartis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기반 플랫폼을 적극 도입해, 비용 절감과 함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AI 시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AI의 등장은 단순한 도구의 진화를 넘어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많은 시도 끝에 하나를 얻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예측과 설계를 통해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또한 AI는 개인 맞춤형 치료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 질병 이력, 생활 습관 등을 AI가 분석하여,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약물을 설계하는 기술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희귀질환이나 만성질환 치료에 특히 큰 혁신이 될 것입니다.

4. 유명한 AI 화학 프로젝트들

AI가 화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성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IT 기업,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AI를 활용한 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 분야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과학과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AI가 화학을 도와준다’는 단계를 넘어, AI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고 예측하며, 인간 과학자들과 나란히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래는 AI 화학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입니다.

DeepMind의 AlphaFold

영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DeepMind)는 2020년, 과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기술을 발표합니다. 그것이 바로 AlphaFold(알파폴드)입니다. AlphaFold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그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로, 그동안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생명과학 최대의 난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단백질의 구조는 약물 개발에 있어서 핵심 정보인데,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실험 장비가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AlphaFold는 이 복잡한 문제를 수초 안에 예측할 수 있게 하면서, 단백질-약물 상호작용 연구, 백신 설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등 수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AlphaFold DB’라는 단백질 데이터베이스가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과학의 민주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Insilico Medicine – AI가 설계한 약물로 임상에 돌입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중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바로 Insilico Medicine(인실리코 메디슨)입니다. 이 회사는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설계하고, 전임상·임상 단계까지 진행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Insilico는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및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분자를 AI로 설계했으며, 이 중 일부는 이미 임상시험(1상)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보다 수년은 빠르게 후보물질을 도출했고, AI가 설계한 분자가 실제로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단순히 이론적인 도구를 넘어, 실제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IBM의 Molecular Explorer

IBM Watson으로 잘 알려진 IBM은 의료와 화학 분야에 AI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Molecular Explorer(분자 탐색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새로운 분자 구조를 자동으로 설계하고, 그것이 가질 수 있는 물리·화학적 성질을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IBM은 이 기술을 통해 전자 재료, 배터리 소재, 항생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소재를 빠르게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IBM은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일부 공개하여, 전 세계 연구자들이 AI 기반 화학 탐색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AI 기반 과학의 협업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MIT의 Green Chemical Design 프로젝트

화학은 인간에게 많은 유익을 주었지만, 동시에 환경에 해로운 물질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MI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이용한 친환경 화학물질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AI가 기존 화학물질의 독성, 생분해성, 환경 오염 가능성 등을 학습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대체 물질을 설계합니다. 이 기술은 향후 플라스틱, 살충제, 합성세제, 산업용 화학제 등에서의 환경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열쇠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AI 화학 연구 – 신약 개발 선도

우리나라에서도 AI 화학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 LG화학, 한미약품, SK바이오팜 등 대형 제약사들이 AI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KAIST, 서울대, POSTECH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도 AI 기반의 분자 모델링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로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도 본격화되며, 세계적 수준의 AI 기반 신약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5. 앞으로의 전망은?

AI와 화학의 융합은 아직도 ‘진화 중’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혁신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통합과 광범위한 응용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화학자는 더 창의적인 문제 해결자로

현재 AI는 주로 분자 예측, 물질 설계, 실험 결과 분석 등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AI는 단순한 도우미를 넘어 공동 연구자로서의 위치에 오를 것입니다. 특히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AI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 계획을 세우는’ 수준까지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때 화학자의 역할은 단순 실험자가 아닌, AI의 예측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지휘자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과 AI가 협력하여 새로운 과학을 만드는 시대가 오는 것이죠.

"분자 단위의 설계"가 일상이 된다

지금까지는 특정한 화학물질을 우연히 발견하거나, 수많은 실험 끝에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능—예를 들어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물질” 또는 “열에 강하고 가벼운 배터리 소재”처럼—을 입력하면, AI가 수십억 개의 분자 중에서 최적의 조합을 제안하는 시대가 됩니다. 이는 마치 "3D 프린터로 물건을 출력하듯, AI로 분자를 설계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분자 디자인이 일상이 되면, 신약 개발, 신소재 산업, 환경복원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보가 일어날 것입니다.

친환경 산업 혁신 가속화

앞으로 세계는 더 지속가능한 방식을 요구받게 될 것입니다. 이때 AI와 화학의 융합은 탄소 중립, 친환경 소재 개발, 생분해성 화합물 설계 등에서 핵심 기술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 AI가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화학 반응 경로를 최적화하거나,
  •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설계하거나,
  • 독성이 없고 생태계에 안전한 농약이나 세제를 개발하는 등,

화학 산업 전반이 AI를 통해 ‘친환경’으로 재설계되는 미래가 머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