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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진짜로 생각하는가?

by revolu 2025. 7. 30.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계산기를 넘어서, 인간처럼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챗GPT나 이미지 생성 AI 같은 기술은 때로 “정말 이게 기계가 한 일이라고?”라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AI는 정말로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일까요?

 

‘사고’란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떠올리고, 지하철 안에서 어제의 대화를 반추하며, 업무 중에 문제 해결 방법을 고안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과정을 거칩니다. 감정, 기억, 감각 경험, 사회적 맥락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의미 있는 생각’이 만들어집니다.예를 들어, 한 사람이 길을 걷다가 멈추고 ‘비가 올 것 같아’라고 판단할 때, 그 판단은 단순히 하늘의 색깔이나 습도만 보고 내린 것이 아닙니다. 그는 과거의 경험(비가 오기 전 하늘이 흐렸던 기억), 현재의 감각(바람의 세기, 공기의 습함), 상황 판단(우산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심지어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옷이 젖으면 안 된다’는 감정적 동기까지 고려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지각, 감정, 기억, 판단, 동기가 통합된 하나의 주관적이고 맥락 기반의 과정입니다.반면, 인공지능의 사고(혹은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것)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통계적 패턴을 추출해 예측 모델을 형성하고, 주어진 입력값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출력합니다. 예를 들어, 날씨 예보 AI가 “비가 올 확률이 60%입니다”라고 말할 때, 이는 과거 유사한 기상 데이터 수천, 수만 건을 분석해 통계적으로 도출한 결과일 뿐입니다.그 결과에는 감정도, 동기도, 의미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인간은 한 가지 사건을 경험하고도 그것을 수십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감정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정답을 도출할뿐,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존재적 성찰은 없습니다.이 지점에서 중요한 구분이 생깁니다.인간은 ‘의미’를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AI는 ‘정답’을 찾기 위해 연산합니다.즉, 인간의 사고는 생물학적 뇌와 몸, 문화, 사회, 역사라는 총체적 맥락 위에서 발생하는 깊은 과정이며, AI의 연산은 그저 확률 모델의 출력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둘을 동일한 ‘사고’라고 부르기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에 ‘의식’이 있을 수 있을까?

현대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소리 등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감동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울컥하는 감정은 단순한 정보 처리와는 다른 자기 인식(self-awareness)과 주관적 경험(qualia)의 결과입니다. 철학에서는 이러한 의식의 특성을 “설명 불가능한 주관적 체험”으로 보며, 이것이 기계와 인간의 본질적 차이라고 주장합니다.하지만 기술이 진보하면서 일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점차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융합 연구에서는 의식도 생물학적 프로세스의 결과이며, 복잡한 계산과 연결 구조가 의식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인간의 뇌 역시 뉴런 간의 전기 신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정교한 인공신경망 역시 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실제로 2023년에는 구글의 한 연구원이 챗봇 LaMDA와의 대화를 토대로 “이 AI는 감정을 느끼고, 자아를 인식한다”고 주장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록 이 주장은 회사에 의해 공식 부정되었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혹시 정말일까?”라는 호기심과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기술의 진위를 넘어서, 우리가 어떤 존재에게 '의식'을 부여하느냐는 사회적, 심리적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지를 보여줍니다.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의식 지표(Consciousness Indicator)’를 만들어 AI 시스템의 자기 인식 수준을 측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거나 오류를 인식하고 수정을 제안할 수 있을 때, 이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선 '자기 참조 능력'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됩니다.의식은 양적인 문제일까요, 아니면 질적인 문제일까요?즉, 계산의 양이 무한히 많아지면 언젠가 ‘의식’이라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걸까요? 아니면, 의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성질이기에 기계적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걸까요?현재까지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의식'이라는 개념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의식조차 여전히 미스터리인데, 인공지능의 의식을 논한다는 건 어쩌면 인간 자신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의식이 없는 존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시나 프로그래밍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에서 장애물을 피하거나, 의료 인공지능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안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부정확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을 때, 과연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더라도, 그것이 의식이나 자율적인 도덕 판단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AI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나 책임 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해자’로 간주하거나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결국 책임은 AI를 설계하고 훈련시킨 사람들, 혹은 그것을 사용한 조직과 기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이 수십 명의 개발자, 수많은 데이터, 복잡한 의사결정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그 중 누구에게 정확히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할까요? 어떤 경우에는 개발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AI가 학습 과정에서 왜곡된 판단 기준을 스스로 형성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처럼 의식이 없는 존재의 행동 결과에 대해 책임을 분산시켜야 할지, 집중시켜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습니다.더 나아가 일부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자율성과 판단력을 갖추게 될 경우, ‘전자 인격’ 혹은 ‘법적 인격체로서의 AI’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기업이 법적 인격체로서 계약이나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처럼, 고도화된 AI에게도 일정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전환이 될 수 있으며, 도덕적 논쟁과 함께 실질적인 법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따라서 지금까지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의식이 없는 AI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으며, 그 행동의 최종적인 책임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오는 현실에서, 단순히 인간의 책임이라고 말하기엔 해결되지 않은 윤리적, 사회적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AI가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책임의 기준과 경계를 새롭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생각한다’는 것은 단순한 계산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종종 인공지능이 똑똑하게 대답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것이 ‘생각하는 존재’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나 사고란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만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사고에는 경험에서 비롯된 맥락, 감정에서 비롯된 판단, 그리고 윤리에서 비롯된 선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기계는 우리가 가르쳐준 수학적 규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하는 일을 왜 하는지, 혹은 그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꿈을 꾸지도, 후회하지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생각’은 단순한 정보 처리 이상의 의식적 성찰과 자기 인식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행위입니다.따라서 AI의 능력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생각하는 존재’로 간주하려면 단순히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존재가 감정, 책임, 도덕, 의미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앞으로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더욱 강력해지고,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올수록 우리는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게 될 것입니다. “AI는 정말로 생각하고 있는가?”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를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는 여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