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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을까?

by revolu 2025. 8. 3.

우리는 살면서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마음속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했을 때, 그것을 '죄책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그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AI는 인간처럼 윤리적 고민을 할 수 있을까요?최근 AI는 단순한 계산이나 명령 수행을 넘어서 점점 더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내리거나, 법률 자문을 하고, 심지어 사람을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판단에까지 관여하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AI가 점점 많아지면서, “AI는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윤리는 규칙이 아닌 ‘감정’에서 비롯된다

윤리를 단순히 규칙이나 법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우리의 윤리적 판단은 훨씬 더 복잡하고 감정적인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않는 선택을 했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 행동을 비윤리적이라 느낄 수 있고, 당사자 역시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윤리란 객관적 규범을 따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감, 배려, 책임감, 부끄러움, 후회와 같은 인간 감정에서 비롯됩니다.AI는 이러한 감정을 가질 수 없습니다. 어떤 결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로 인해 마음 아파하거나 미안함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 차이는 곧 윤리적 판단의 깊이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인간은 상대방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읽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절합니다. 때로는 규칙보다 감정이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AI가 아무리 많은 윤리적 사례를 학습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과거의 패턴에 기반한 ‘예측’일 뿐, 진정한 의미의 ‘양심’이나 ‘내면의 울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윤리적 딜레마는 감정 없는 존재에게는 단순한 수학 문제일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삶 전체의 가치와 연결되는 고민입니다. 따라서 윤리를 단순히 코드로 옮겨놓는 일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죄책감 없는 판단이 위험한 이유

AI의 판단이 문제가 되는 순간은, 단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 판단 뒤에 아무런 책임감이나 반성도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실수했을 때 감정적으로 괴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이를 통해 더 나은 판단을 내리려 노력합니다. 죄책감은 인간이 윤리적으로 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내면의 감정 구조가 전혀 없기 때문에, 판단이 잘못되더라도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못합니다.예를 들어, AI가 범죄 예측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면서 특정 인종이나 지역 주민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판단이 통계적으로는 일정 부분 타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차별과 낙인의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AI가 결코 느끼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AI는 그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므로, 그 판단을 교정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인간이라면 죄책감을 통해 변화할 가능성이 생기지만, AI는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으면 영원히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또한, AI는 ‘합리성’을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즉,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전체 효율이나 이익이 크다면 그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도덕적 감수성 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의 대표적인 맹점입니다. 인간은 단 한 사람의 고통도 무겁게 여길 수 있지만, AI는 ‘데이터의 평균값’만을 따릅니다. 이 차이는 결정적으로 ‘공감의 부재’에서 옵니다.감정 없는 판단은 객관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 사회의 복잡한 윤리적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죄책감 없는 판단은 냉정한 결과만 남기고,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의 존재를 지워버릴 위험이 큽니다.이러한 이유로, AI가 인간 삶에 영향을 주는 영역으로 진입할수록, 우리는 그 판단이 가진 윤리적 공백을 감시하고, 인간 중심의 기준으로 끊임없이 통제해야 합니다. AI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그 감정을 대체할 사회적 시스템과 규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윤리적 AI를 향한 실험들

AI가 인간의 삶 깊숙이 개입하는 시대,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기계에게 학습시키느냐입니다.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윤리적 AI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그중 가장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는 MIT에서 진행한 ‘Moral Machine’ 프로젝트입니다. 이 실험은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도덕적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수집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하게 사고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노인을 살릴 것인가, 어린이를 살릴 것인가’, ‘보행자를 우선할 것인가, 탑승자를 보호할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통해 각 문화권의 도덕 기준을 데이터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또 다른 방향에서는 ‘설명 가능한 AI(XAI, Explainable AI)’ 연구가 있습니다. AI가 내린 결정의 과정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게 만드는 기술인데, 이는 특히 의료, 법률, 금융 분야에서 필수적입니다. 윤리적 판단이라는 것은 단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아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글로벌 IT 기업들도 자체적인 윤리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AI 원칙”을 발표하며, 자사의 AI 기술은 사람을 해치지 않고, 편견을 조장하지 않으며, 사회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IBM 등도 유사한 윤리 헌장을 발표하고 윤리위원회를 운영하며 AI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한편, 학계와 시민사회는 기술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관점’의 윤리 교육과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기술자는 기능과 성능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쉽지만, 실제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포괄적 윤리(AI for all)’를 위한 시민 참여형 가이드라인 제작도 시도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 실험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AI에게 진정한 ‘윤리’를 내재화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윤리는 수치화하거나 정량화하기 어렵고, 문화나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윤리적 AI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적 감시와 토론, 책임 있는 기술 사용을 통해 유지해야 할 ‘과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죄책감 없는 AI, 윤리적 무중력 상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AI는 점점 더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법률 조언부터 의료 진단, 채용 심사까지 AI의 판단이 일상 속 결정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이 판단은 누구의 책임인가?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죄책감은 인간만이 지닌 감정이며, 그것은 단순히 잘못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정하려는 도덕적 주체성의 표현입니다.기계가 아무리 정교한 윤리 알고리즘을 갖춘다 해도, 그것은 사람의 윤리를 흉내 낼 뿐입니다. '느끼지 못하는 윤리'는 결국 공허합니다. 윤리적 판단을 흉내 내는 것과, 진짜 윤리적 존재가 되는 것은 다릅니다. 이 간극이야말로 AI 윤리의 가장 본질적인 한계이며, 기술의 진보가 곧 인간의 도덕성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에 앞서 그 기술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리고 그 결정 뒤에 어떤 윤리적 기준이 있는가입니다.AI가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결국 그 책임은 인간이 온전히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는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해, 항상 **'누가 프로그래밍했는가', '누가 데이터를 설계했는가', '누가 기준을 정했는가'**를 되묻고 점검해야 합니다.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어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윤리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AI의 윤리 문제는 단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죄책감 없는 AI가 선택한 결정이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의 효율성과 함께, 도덕적 책임의 무게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윤리의 방향키는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그것이 AI 시대에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