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예술을 만든다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음악 분야는 생성형 AI가 가장 빠르게 진입한 영역 중 하나입니다. 사용자가 단 몇 줄의 텍스트 지시어(prompt)만 입력하면, AI는 마치 작곡가처럼 멜로디를 만들고, 편곡을 하고, 심지어 가사와 음성까지 생성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복잡한 저작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창작과 수익이 직결되는 플랫폼에서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됩니다.
AI 작곡가의 등장 – 창작인가, 복제인가?
AI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 창작 주체로 간주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이고 법적인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특히 음악 분야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첨예하게 부각됩니다. 인간 작곡가는 감정, 경험, 문화적 맥락 등을 바탕으로 멜로디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AI는 인간이 만든 수십만, 때로는 수백만 곡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듯한’ 음악을 생성합니다. 겉보기에는 ‘창작’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기존 작품의 패턴을 조합한 확률적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만든 음악이 비틀즈, 쇼팽, 혹은 BTS의 스타일을 절묘하게 흉내 낸다면, 그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일까요, 아니면 스타일을 흉내 낸 모방물일까요? 더 나아가, 생성된 곡이 기존 음악과 유사한 구조나 멜로디 라인을 가진다면 이는 ‘우연한 유사성’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저작권 침해로 간주해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0년대 초반부터 AI가 만든 음악 중 일부가 기존 곡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콘텐츠 식별 시스템(Content ID)에 의해 차단되거나, 저작권 침해 경고를 받은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 작곡가는 창작 과정에서 '의도'라는 요소가 작용합니다.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자 minor scale을 선택하거나, 특정 문화적 코드(예: 한국 전통음계, 재즈 스케일 등)를 의도적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AI는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음을 예측해 선택할 뿐, 창작 의도나 감성적 맥락을 가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AI의 음악은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음악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된 ‘산출물(output)’에 가깝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런 시각은 향후 AI가 만든 음악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부여한다면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가 만든 음악은 그 자체로도 논란이지만, 그 출발선이 인간의 기존 창작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복제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창작인가, 복제인가’라는 질문은 AI 음악의 본질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수익은 누구에게?
AI로 생성된 음악을 배경으로 한 유튜브 영상이 조회 수 수십만을 넘기고,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 이때 가장 복잡한 질문은 바로 "이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실제로는 AI 음악의 생성 과정, 라이선스 구조, 플랫폼 정책, 저작권법까지 얽힌 매우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크리에이터, AI 개발자, 원저작권자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실제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1. 크리에이터의 주장 – 나는 사용했을 뿐인데?
AI로 만든 음악을 영상에 사용한 유튜버는 보통 이런 생각을 가집니다. “나는 AI를 통해 음악을 만든 것이고, 내가 이 음악을 영상에 삽입해 콘텐츠를 제작했으니, 수익은 당연히 내 몫이다.” 이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AI 음악 생성 플랫폼에 유료로 가입하여 상업적 사용 권한까지 확보한 경우, 크리에이터는 이용약관에 따라 정당하게 음악을 사용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무료 AI 음악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상업적 이용이 명시되지 않은 음악을 사용했을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내가 직접 만들지 않은 음악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저작권 침해 소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AI가 만든 음악이 기존의 특정 곡과 유사할 경우, 의도하지 않더라도 표절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 AI 플랫폼의 주장 – 이 음악은 우리 시스템이 만든 것이다
Suno, Mubert, Soundraw, AIVA 등 AI 음악 플랫폼들은 대부분 자사 시스템에서 생성된 음악의 저작권적 지위를 자신들에게 귀속시키거나, 라이선스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조건부 사용권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은 아래와 같은 조항을 포함합니다:
- “생성된 음악은 비상업적 용도에 한하여 자유롭게 사용 가능”
- “상업적 용도로는 별도의 라이선스 구독이 필요”
- “저작권은 여전히 플랫폼에 있으며, 사용자에게는 제한적 사용 권한만 부여”
이러한 조건을 무시한 채 AI 음악을 영상에 삽입하면, 유튜브 Content ID 시스템을 통해 저작권 경고나 수익 압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얻더라도, 수익은 자동으로 AI 플랫폼 혹은 제3의 권리자에게 이전될 수 있습니다.
3. 원저작권자의 주장 – 내 음악을 학습한 AI가 만든 음악이다
가장 복잡한 주장 중 하나는 바로 AI가 학습한 ‘원저작권자’의 권리입니다. AI가 수천 개의 기존 음악을 학습한 뒤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을 생성하는 경우, 원작자 입장에서는 “내 음악을 분석하고 복제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러한 논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AI 생성 음악이 특정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모방한 경우
- 멜로디나 리듬이 기존 곡과 지나치게 유사한 경우
- 실제 아티스트의 목소리 스타일까지 재현된 경우 (보컬 AI 포함)
최근에는 이런 문제로 인해 AI 학습 자체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작가와 음악가들이 “AI가 우리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생성형 AI와 저작권법의 충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이슈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바로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대부분 ‘누군가의 저작물’이라는 점입니다. AI는 훈련을 위해 기존의 수많은 음악, 이미지, 텍스트 등을 데이터로 흡수합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모두 창작자가 있는 창작물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비틀즈 스타일의 팝 음악’을 만들기 위해 수천 곡의 비틀즈 음악을 분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결과물은 새로운 곡일지 모르지만, 그 음악의 스타일, 화성, 멜로디 구조 등은 분명히 비틀즈 음악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물은 온전히 새로운 창작물일까요? 아니면 기존 저작물의 파생물일까요? 이러한 문제는 기존 저작권법이 인간의 창작만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더 복잡해집니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개입”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AI가 완전히 자동으로 만든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거나, 보호 주체가 불분명합니다.
AI가 만든 콘텐츠는 공공재인가?
일부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저작권 없는 공공재(Public Domain)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AI로 음악을 만든 크리에이터는 해당 곡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상업적 활용에 있어 불확실성과 법적 리스크를 낳게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AI로 만든 배경음악을 유튜브 영상에 사용하고 광고 수익을 얻었을 때, 그 음원이 실제로는 특정 기업의 AI 플랫폼에서 만들어졌고, 라이선스 사용 범위를 초과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AI 학습에 사용된 원 저작물의 창작자가 AI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여러 출판사와 음악 제작자가 “AI가 무단으로 우리 콘텐츠를 학습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향후 AI 콘텐츠가 법적 분쟁의 중심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과 법의 간극, 그리고 규제의 필요성
결국 현재의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의 정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생성형 AI는 이미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규제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방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저작권 등록 기준의 개정: 인간 개입이 어느 정도 있어야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 학습 데이터 투명성: AI가 학습한 데이터 출처를 공개해야 하는가?
- 2차 창작물의 인정 범위: AI 결과물에 인간이 약간만 손을 댔다면 저작권이 발생하는가?
이러한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크리에이터는 매번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창작 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에 놓이게 됩니다. 반면, AI 기업들은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만든 결과물에 대해 점점 더 자사의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맺음말: AI가 만든 음악, ‘무주공산’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음악은 그저 기술의 산물일 뿐,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착각입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기존 음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그 속에는 수많은 작곡가와 연주자의 지적 자산, 감정, 창의성이 녹아 있습니다. AI가 이를 분석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법적,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AI 음악을 활용할 경우, 단순한 배경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 음악이 영상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시청자에게 감정을 전달하며, 나아가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구의 음악인가’라는 문제는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분배와 법적 책임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앞으로 생성형 AI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동시에 우리는 "무엇이 창작이고, 누구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욱 진지하게 해야 합니다. AI가 만든 음악은 창작의 자유와 책임이 공존해야 하는 새로운 영역입니다. 기술이 앞서 나가는 만큼, 사회적 인식과 법적 장치도 함께 발전해야만 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주공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수많은 기여자들의 흔적과 권리가 깃들어 있는 AI 음악. 우리는 그 복잡한 배경을 이해하고, 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AI 콘텐츠를 다뤄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창작자는 ‘도구를 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창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용을 넘어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권리와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 음악은 결코 무주공산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경계선이 분명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