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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여행 계획 vs 사람이 만든 계획

by revolu 2025. 6. 22.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어디를 갈까’보다 ‘어떻게 계획할까’입니다. 하루하루 일정을 짜고, 교통과 맛집, 관광지를 조율하는 작업은 은근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 과정을 대신해주는 도구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ChatGPT, Perplexity, Notion AI, 또는 AI 여행 플래너 앱들이 여행 코스를 대신 짜주고, 심지어는 동선 최적화까지 제안해주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AI가 만든 여행 계획이 사람보다 나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실제로 AI가 만든 여행 일정표와 사람이 수작업으로 만든 일정표를 비교해보고, 그 장단점과 실제 체험 후기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여행 준비: 실험 조건 설정

실험을 위해 저는 2박 3일간의 오사카 자유여행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AI와 사람 각각에게 같은 과제를 주었습니다.

  • 여행 도시: 일본 오사카
  • 기간: 2박 3일
  • 목표: 관광 + 음식 + 쇼핑 균형 있게 즐기기
  • 예산: 중간 수준 (숙박, 식사 포함 1인당 약 60만 원 내외)
  • 이동수단: 대중교통 중심

AI 사용 툴: ChatGPT Plus, Google Bard, AI 여행 플래너 앱 (Roam Around)

사람 계획자: 일본 여행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 친구 (총 3회 이상 오사카 방문)

1. AI가 만든 여행 일정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챗봇에게 여행 일정을 요청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오사카 2박 3일 자유여행 일정 짜줘"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AI는 수 초 내에 일정표를 생성해줍니다. 실제로 제가 사용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사카에서 2박 3일 동안 관광, 음식, 쇼핑을 균형 있게 즐길 수 있는 자유여행 일정을 짜줘. 교통 동선과 대표 명소, 맛집을 포함해서 상세하게 알려줘.”

이에 대한 ChatGPT의 응답은 논리적으로 정리된 하루하루 일정, 그리고 교통수단과 소요 시간까지 고려된 구조를 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첫째 날은 간사이국제공항 도착 후 난카이선을 타고 난바로 이동하는 경로를 추천했습니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AI는 교통비와 소요 시간을 비교해 난카이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도톤보리 지역에서 이치란 라멘을 점심으로 즐기고, 인근의 글리코 간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뒤, 신사이바시 쇼핑 아케이드를 산책하는 식으로 하루를 구성했습니다. 관광과 음식, 쇼핑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구성입니다. 둘째 날은 아침 일찍 오사카성을 방문한 뒤,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권장하고, 오후에는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에서 도시 전경을 감상한 뒤 헵파이브 쇼핑몰로 이동하도록 제안했습니다. AI는 여행자의 체력과 동선을 감안해 오전에는 역사 유적지, 오후에는 현대적인 쇼핑 공간으로 흐름을 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녁 식사로는 쿠시카츠 다루마와 같은 지역 특화 음식점이 포함되어 있어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교토 아라시야마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코스를 포함했습니다. 이 일정은 꽤 타이트했지만, AI는 기차 시간과 소요 시간을 계산한 뒤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텐류지 절, 대나무 숲 산책 후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공항으로 이동하는 계획은 알차면서도 꽤 세심한 구성이었습니다. AI 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인 정보 기반의 균형 잡힌 구성입니다. 명소 간 거리를 고려하고, 교통편을 현실적으로 제안하며, 지역 내 유명한 맛집과 관광지를 빠짐없이 담아내려고 합니다. 특히 ‘이동 시간’, ‘입장 시간’, ‘지역 분산’ 등 다양한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에 여행 초보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일정이 됩니다. 또한 ChatGPT는 여행자가 함께 제공한 정보(예산, 관심사, 동행 인원 등)에 따라 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행인이 70대 어르신이야”라고 입력하면, 걷는 양이 적은 일정으로 조정하거나 휴식 시간을 중간중간 포함시켜 줍니다. 이처럼 AI는 조건 기반 맞춤형 일정 생성에 매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사람이 만든 여행 일정표

사람이 만든 여행 계획표는 AI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정을 구성한 친구는 오사카를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었고, 그만큼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한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첫날 공항에서 난바로 바로 이동하는 대신, 우메다 지역을 중심으로 천천히 일정을 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시내로 들어가면 너무 피곤하니, 리무진 버스로 우메다까지 이동한 뒤 가볍게 쇼핑부터 하자”는 조언은 AI 계획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배려였습니다. 실제로 쇼핑몰 ‘루쿠아(Lucua)’는 공항 도착 후 약간의 긴장을 풀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였고, 간단한 점심으로 추천된 ‘요시무라 라멘’은 대기 시간이 짧으면서도 맛이 뛰어난 숨은 맛집이었습니다. 또한, 저녁에는 도톤보리 야경을 감상하며 가벼운 이자카야 술 한 잔을 즐기는 루트를 제안했습니다. 단순한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닌, ‘오사카 특유의 분위기를 체험’하는 여정을 선호하는 사람이 계획한 만큼, 식당이나 술집도 체험 중심의 장소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점에서 사람의 계획은 ‘경험 기반의 추천’과 ‘정서적 고려’가 돋보였습니다. 이튿날에는 아침 일찍 교토로 떠나 아라시야마와 후시미이나리를 함께 다녀오기로 했는데, 이 일정 역시 AI의 단순한 동선 최적화와는 다르게 풍경의 흐름과 감성적인 동선을 고려한 구성이었습니다. 특히 "아라시야마는 아침 햇살에 대숲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정말 아름다워"라는 말은 실제로 그 풍경을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그 감동은 컸고, 이 역시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체험에서 우러나온 배치’였습니다. 마지막 날은 AI처럼 꽉 찬 일정이 아닌, 가볍게 오사카성 주변을 산책하며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행에서의 ‘이별의 시간’을 감성적으로 보내고자 하는 사람의 배려가 느껴졌고, 실제로 이 루트 덕분에 일정 마지막 날에도 피로감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계획표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교토 이동 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 후시미이나리에서의 체류 시간이 짧아졌고, 대중교통의 환승 구간에서 다소 헤매는 경험도 있었죠. 그러나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계획이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며 ‘사람다운 흐름’을 가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이 짠 여행 계획은 마치 하나의 작은 이야기 구조처럼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기분 변화, 여정의 피로도, 그 장소에서 느낄 감정까지도 미리 고려한 ‘정성의 기록’이었습니다.

3. 실제 비교 후기

AI와 사람이 만든 여행 일정을 각각 하루씩 직접 체험해본 결과, 예상보다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처음에는 ‘계획만 다를 뿐이지 결국 보는 장소는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하루를 보내고 나니 여행의 분위기와 피로도, 만족도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AI 일정은 효율성을 극대화한 구조였습니다. 특히 오사카 시내를 이동할 때, 지하철 노선과 도보 거리까지 최적화된 동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광지 간의 이동이 자연스럽고,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AI가 추천한 코스를 따라간 첫날은 '계획에 따라 잘 움직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정이 깔끔하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감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AI가 추천한 코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쉼 없이 돌아다니는 강행군이었고, 결과적으로 다리가 무척 아팠습니다. 중간에 카페나 쉼터처럼 ‘휴식의 여유’를 포함시키지 않아,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정 소화’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사람이 만든 일정은 여행자의 컨디션을 고려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날은 오전엔 교토 아라시야마에서 자연을 즐기고, 오후엔 맛집에서 긴 식사를 하며 여유를 즐기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명소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의 감정과 분위기까지 생각한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친구가 추천한 이자카야는 블로그에도 잘 소개되지 않은 숨은 맛집이었는데, 이런 ‘감성적 발견’은 AI가 제시하지 못한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저녁에 들른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붉은 도리이 사이를 조용히 걷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고, 이는 낮 시간대보다 훨씬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선택은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이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AI가 제시한 정보는 매우 정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운영시간, 교통편, 예상 소요시간 등에서 큰 오차가 없었고, 링크까지 제공해주어 검색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준비 기간이 부족한 여행자에게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만든 계획은 일부 장소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거나 줄어드는 등 유연성이 부족했습니다. 친구가 추천한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교통이 지연되어 다음 코스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AI는 그에 비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반영하는 기능은 아직 없지만, 계획 자체는 매우 구조적이고 안정적이었습니다.

결론: AI vs 사람, 정답은 '상황에 따라 병행'

AI와 사람이 만든 여행 계획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논리적인 일정 구성이 가능하고, 검색 기반의 정보 수집 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합니다. 특히 바쁜 직장인이나 여행 초보자에게는 ‘시간을 아껴주는 스마트 비서’ 역할을 하며 큰 도움이 됩니다.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정돈된 일정을 제안해주고, 교통편과 동선까지 고려한 계획을 제시해주는 점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AI의 계획은 아직 감정과 경험,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까지 완벽하게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계획은 감성적 요소, 계절과 날씨, 여행자의 기분까지 배려하며 여행의 질을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벚꽃이 흩날리는 시기에 조용한 공원을 걷는 것처럼 단순한 명소 추천을 넘어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부분은 아직도 사람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AI를 무조건 대체 수단으로 보거나, 사람의 감각만을 맹신하기보다 두 가지를 유연하게 병행하는 방식이 가장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구성해주는 도구로, 사람은 그 위에 감성과 상황 판단을 더하는 조율자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결국, 여행의 중심은 누구와 가느냐, 어떻게 느끼느냐에 있습니다. AI가 계획을 짜더라도, 사람의 감정과 선택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기계의 정확함과 인간의 따뜻함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더욱 똑똑하면서도 감동적인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