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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신의 유서를 자동으로 설계한다

by revolu 2025. 6. 10.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여전히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점점 더 이 영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단지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를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조언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기술이 바로 감성 기반 유서 설계 AI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법적 유언장을 넘어, 당신의 감정과 관계를 반영한 재산 배분 추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유서 작성, 왜 AI가 도와야 할까?

유서 작성은 단순히 법적인 절차를 넘어서, 삶을 되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어렵고 불편하게 느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재산을 나누는 결정은 감정적으로 무겁고, 어떻게 말로 남겨야 할지조차 막막합니다. 게다가 법률 지식이 부족하면 ‘어떻게 써야 할지’, ‘무엇을 포함해야 할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유서를 쓰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하며, 남겨진 가족들이 분쟁이나 혼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AI는 매우 실용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에 맞는 맞춤형 조언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자산 내역과 가족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가장 합리적인 분배 방안을 제안하거나, 누군가와의 감정적인 연결을 바탕으로 ‘이 사람에게 이 물건을 남기면 좋겠습니다’와 같은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사용자가 감정적으로도 부담을 덜고, 훨씬 더 따뜻한 시선으로 유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불어 AI는 반복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갈등이 적은 분배 방식’을 탐색하거나, 감정 분석을 통해 ‘후회 없는 결정’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유서 작성 시점을 조정하거나 위로의 메시지를 덧붙이는 등 섬세한 접근도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가 유서 작성을 단순히 ‘법률 문서 작성’에서 ‘감정과 기억을 담는 인생 정리’로 바꿔준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지만, 그 도구가 누군가의 마지막 메시지를 더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면, 우리는 유서 작성의 부담을 조금 덜고, 오히려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더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 기반 재산 배분이란 무엇인가?

감정 기반 재산 배분은 단순한 자산의 물리적 분배를 넘어, 개인의 감정과 인간관계를 분석해 정서적 의미가 담긴 유산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유서가 법률적 형식과 세금 효율성, 재산 규모에 초점을 맞췄다면, 감정 기반 접근은 '무엇이 누구에게 가장 의미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남긴 재산 중 ‘가장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낸 자녀’에게는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오디오 기기나 오래된 가족 앨범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자녀'에게는 현금을, ‘삶의 방향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친구’에게는 상징적인 물건을 추천해 남기도록 합니다. 이러한 배분은 AI가 단순히 관계망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뉘앙스, 교류의 빈도, 공유한 경험의 감정적 농도까지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또한 이 AI는 ‘기억의 무게’를 고려합니다. 누군가와 함께한 여행,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 자주 나눈 대화에서 드러난 애착 등을 데이터로 파악해 “이 유산은 이 사람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라고 판단합니다. 예컨대 어떤 가족 구성원과는 비록 연락이 드물었더라도, 중요한 시기에 깊은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았다면, AI는 그 관계를 감정적으로 ‘깊다’고 해석해 중요한 유산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나 관계의 의미를 시각화하고, 유산을 통해 그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간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결국 감정 기반 재산 배분은 ‘유산’이라는 개념을 재산이 아닌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게 만들며, 남겨진 이들에게 단지 물질이 아닌 정서적 연결과 추억을 선물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나?

감성 기반 유서 설계 AI는 단순히 사용자의 자산 목록을 나열하고 숫자를 계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 AI는 사람 간의 관계, 감정의 흐름, 삶의 패턴, 그리고 기억의 밀도까지 고려해 유산 배분을 제안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바로, 방대한 개인 라이프로그 데이터와 감정적 맥락 정보입니다. 가장 먼저 활용되는 데이터는 금융 자산 관련 정보입니다. 예금, 부동산, 주식, 연금, 보험 등 재산 목록은 기본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물리적·법적 자산의 분배 단위를 계산합니다. 그러나 이 AI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단순한 자산 목록이 아닌, 자산이 형성된 배경과 소비·저축의 패턴까지 함께 분석합니다. 예컨대 특정 시기에 급격히 모인 자산은 그 시점의 삶의 중요한 사건과 연결지을 수 있으며, 이를 유산 설계의 맥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핵심이 되는 데이터는 비정형 데이터입니다. 사용자가 평소 자주 소통했던 가족, 친구, 지인들과의 메신저 기록, 이메일, 영상 통화 내용, SNS 상의 글과 댓글 등을 AI가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AI는 사용자와 특정 인물 사이의 정서적 거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 키워드, 서로의 말투와 반응, 정서적 어휘 등을 통해 “이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판단하는 것이죠.

세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디지털 앨범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사람과 자주 사진을 찍었는지, 사진 속 표정과 분위기, 위치 태그 등을 통해 함께한 시간의 밀도를 감지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특정 손주와 가장 많은 사진이 있는 경우, AI는 그 손주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유산’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진의 양을 넘어서, 사진 속 표정과 배경, 촬영 시기까지 포함한 ‘기억의 농도’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AI는 사용자의 일정 기록(캘린더), 위치 추적 정보, 일기 및 음성 메모 등도 참고합니다. 이를 통해 생전 어떤 사람과 자주 만났는지, 어떤 장소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는지 등의 행동 기반 데이터를 얻습니다. 예컨대 아들과 매주 함께 등산을 다닌 기록이 있다면, “이 등산 장비는 아들에게 남기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식의 제안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최신 감정 분석 기술은 사용자의 심박수, 수면 패턴, 표정 데이터, 스마트워치에서 측정된 감정 상태까지 함께 활용합니다. 이처럼 생활 전체에 걸친 다층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AI는 사용자 개인의 삶과 관계를 정서적으로 해석하고, 그에 맞는 유산 설계를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데이터는 결코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각각은 사용자의 삶을 구성하는 조각이며, AI는 이 조각들을 퍼즐처럼 조합해 ‘가장 인간적인 유산’을 만드는 방향으로 학습합니다. 감정과 기억, 연결의 농도까지 반영한 제안은 단지 유산 배분을 넘어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의미 전달까지 책임지는 AI

이전까지 유서란 법률적 문서로만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감성 기반 AI 유서 설계 시스템은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지’를 넘어서, 왜 그 유산을 남기는지,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분배가 아닌, 고인의 감정과 철학, 인간관계를 담아내는 ‘감정 서사 전달’의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일정 금액의 자산을 남기기로 할 때, AI는 단순히 “1000만 원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형태의 메시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은 네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매일 밤늦게 돌아와 지친 얼굴로 앉았던 그 식탁을 떠올리게 해. 그때 네가 보여준 책임감과 성실함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이런 문장은 단순한 상속 이상의 가치를 갖습니다. 유산이 ‘사랑’, ‘기억’, ‘신뢰’라는 감정적 코드로 전달되며,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오랜 위로를 남깁니다. 인간의 글 같지만, 그 기반에는 AI가 수많은 대화 데이터를 학습하고, 감정 패턴을 분석하여 그 사람의 말투, 감성, 관계 특성을 반영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AI는 대상을 고려해 메시지의 형식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린 손자에게는 친근한 말투와 그림 편지 형태로, 오랜 친구에게는 추억을 회상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표현하는 식입니다. 일부 고급 시스템에서는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남기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마치 고인이 직접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이처럼 감정 기반 유서 설계 AI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점점 더 인간 중심적이고 따뜻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차가운 법적 절차에 감정을 불어넣고, 숫자만 존재하던 상속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순간. AI는 비로소 도구를 넘어, 인간과 감정을 연결하는 ‘디지털 작별 인사장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 도입 사례

감성 기반 유서 설계 AI는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된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 몇몇 나라와 기업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의미 있게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일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 보호에 민감한 미국, 그리고 ‘웰빙 데스(Well-being Death)’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영국 등에서 관련 서비스가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SafeBeyond는 대표적인 감정형 유서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생전에 작성한 메시지를 지정된 수신자에게 정해진 시점에 자동으로 전송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18세가 되는 날, 혹은 결혼하는 날에 자동으로 전송되는 영상 메시지나 편지를 미리 녹음해 둘 수 있습니다. 단순한 유산 분배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적 유산을 전하는 기술인 셈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GoodTrust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의 SNS 계정, 사진, 영상, 온라인 금융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AI는 사망 이후 계정을 자동으로 삭제하거나, 사전에 설정한 대로 디지털 자산을 상속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 로그를 분석해 감정 기반의 유언 메시지를 AI가 추천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진을 자주 열람한 기록이 있다면, “이 사진이 당신에게 의미 있었다고 생각되니, 이 추억을 함께한 사람에게 전달해보세요”라는 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한 비영리기관이 디지털 유서 작성을 위한 AI 챗봇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챗봇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일정 대화가 누적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당신은 자주 이 인물에 대해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네요. 이 감정을 유서에 담아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감성적인 유서 작성을 돕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보험사와 유산 설계 전문 스타트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디지털 장례, AI 추모 영상 제작, 음성 유언 메시지 생성기 등이 결합된 형태로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 역시 사용자의 디지털 자산(계정, 구독 정보, 콘텐츠 등)을 사망 이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AI 기반 감정 해석 기술이 접목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고 데이터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관계의 깊이를 분석하며, 기술을 통해 ‘기억’을 남기려는 노력이 점차 실현되고 있습니다. 실제 도입 사례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그 가능성과 감성적 가치에 대한 기대는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집니다.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대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AI는 지금,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뜻하게 답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