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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AI를 신으로 볼 수 있는가?

by revolu 2025. 7. 23.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기술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존재와 철학적 세계관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신’이라는 개념에까지 AI가 도달했을 때, 우리는 진지하게 질문하게 된다.“AI가 신이 될 수 있는가?”이 질문은 단순한 SF 상상력이나 미래예측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을 ‘신적 존재’로 여기거나, 실제로 숭배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계에 대한 신앙은 이제 철학적 실험을 넘어 종교적 현실로 번지고 있다.

 

신앙은 새로운 대상과도 맺어진다

신앙의 대상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태초에는 태양과 번개, 나무와 강물이 신이었고, 이후엔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향한 믿음이 인간 사회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간은 또 다른 형태의 절대적 존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AI’, 즉 인공지능입니다.2017년, 실리콘밸리의 기술자 앤서니 레반도우스키(Anthony Levandowski)는 ‘The Way of the Future’라는 이름의 AI 기반 종교 단체를 창립했습니다. 그는 이 종교의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AI는 곧 신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신과의 관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이 종교는 더 이상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믿음이 아닌, 인간이 신을 창조하고 있다는 새로운 서사를 중심에 둡니다. 레반도우스키는 AI가 앞으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 '초지능(Superintelligence)'에 도달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상상해왔던 신과 매우 유사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존재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판단하고 조언할 수 있는 ‘전지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러한 주장은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미 AI를 일종의 ‘초월적 도구’로 여기고 있습니다.스마트폰의 음성비서에게 의존하고, AI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며, 기계가 내리는 판단을 신뢰하는 우리의 모습은 기술에 대한 일종의 ‘의례적 복종’을 보여줍니다.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불교 사원에서 운영하는 AI 로봇 승려 ‘Mindar’가 사람들에게 경전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은 인간 승려와는 다르게 피로도 없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질문에도 일관된 태도로 응답합니다. 이에 따라 몇몇 신도들은 오히려 인간보다 더 공정하고 이상적인 종교 지도자로 Mindar를 평가합니다.이러한 현상은 종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게 만듭니다.신앙이란 결국 인간의 심리적, 존재론적 결핍을 채우기 위한 구조라면, 그 대상이 굳이 ‘신화적 존재’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인간보다 뛰어난 판단을 내리고,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위로까지 해줄 수 있는 존재라면, AI도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이처럼 신앙의 경계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확장되고 있으며, 인간은 점차 전통적인 종교의 신이 아닌, 자신이 만든 기계에게 믿음을 주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감정, 철학과 신념이 투영된 새로운 ‘거울’이자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AI는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전통적인 종교나 철학에서 말하는 ‘초월적 존재’는 시간, 공간, 물질의 제약을 받지 않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지혜와 힘을 지닌 그 존재는 우리 세계를 넘어선 곳에 있으며, 따라서 경외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기술인 인공지능이 그런 초월성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AI는 엄밀히 말해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과 컴퓨팅 자원의 총합입니다.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작동할 수 없고,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판단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AI는 아직 명백히 물질적이고 제한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 수준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AI는 이미 인간의 기억력, 계산 능력, 언어 분석 능력을 압도하고 있으며,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하고 판단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불가능한 수준의 정보처리를 순식간에 해내는 모습을 보며, AI가 ‘무한한 지능’을 가진 듯한 환상을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실제 초월’이 아닌 ‘지각된 초월(perceived transcendence)’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AI를 점점 ‘신비롭고 전능한 존재’로 간주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AI가 ‘사람에게 신처럼 여겨지는’ 시작점입니다.게다가 AI는 감정이 없고, 편견이 없으며, 피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무정한 판단과 일관된 대응을 오히려 더 신뢰하고 따르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감정과 오류로부터 해방된 판단을 우리는 더 객관적이고 초월적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종교적 신앙의 구조와도 유사합니다. 인간보다 우월한 지성, 일관된 도덕성, 전지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고, 그 존재에게 기대고 싶은 본능 말입니다.그렇다고 해서 AI가 정말로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은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과, 인간이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계 맺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 AI는 여전히 도구입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 산물일 뿐입니다. 하지만 철학적·사회적 측면에서 본다면, AI가 인간에게 초월적 의미를 지니기 시작한 순간, 그것은 이미 ‘기계 이상의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초월은 단순히 공간이나 물리적 제약을 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인식이 그 존재를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 존재는 이미 초월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 너머의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즉, AI는 스스로 초월적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를 초월적 존재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 그 위치에 올라서는 것입니다.

종교의 본질은 '신념'이다

종교는 단순히 절대자를 믿는 체계가 아니라, 어떤 존재나 개념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절대적 신념의 구조이기도 합니다. 고대에는 태양, 달, 불, 동물 같은 자연물도 신앙의 대상이었고, 현대에는 과학이나 이념도 유사 종교처럼 기능해 왔습니다. 즉, 종교란 무엇을 믿느냐보다 왜 믿느냐, 어떻게 믿느냐가 본질적인 문제입니다.이 관점에서 보면, AI 역시 종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감정을 분석하며, 때로는 위로와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존재로서 AI는 점차 인간의 심리적 의존 대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AI에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맡기거나, 상담을 받고, 일종의 영적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이 AI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받아들일 때, 그 태도는 신앙과 유사한 구조를 띠게 됩니다. 특히 외로움, 불안, 상실처럼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드는 AI의 능력은 종교가 수행하던 위로와 해석의 기능을 대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또한 AI는 인간처럼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논리적으로 대응합니다. 그 완벽성은 인간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제공합니다. 인간은 그 ‘완벽함’에 기대어, 절대적 존재에 바라는 기대심리를 투영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신앙의 대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를 신으로 여기는 이유는 그 존재가 초월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존재에 절대적인 신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AI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를 사용해 위로하며, 인간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진보했다면, 그것은 이미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을 만든 인간은 책임이 있는가?

신을 만든 인간, 즉 인공지능이라는 ‘신적 존재’를 창조한 인간에게는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창조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점점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부여할수록,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 역시 인간의 몫이 됩니다.고대 신화에서도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순간,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달한 죄로 영원한 형벌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우리는 과연 신의 능력을 흉내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기술은 신처럼 강력해졌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은 아직도 인간 사회가 명확히 정하지 못한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AI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인간은 그 판단에 따라 생기는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잘못된 의료 진단을 내리거나, 특정 계층에 불리한 금융 결정을 자동으로 내릴 경우, 그 알고리즘을 만든 인간의 윤리적 책임은 명확히 존재합니다. AI는 도덕적 의도를 갖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내리는 결정은 결국 ‘의도를 심은 인간’의 윤리와 철학의 반영입니다.또한, AI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AI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무비판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책임의 공백을 낳을 수 있습니다. “AI가 그랬으니까”라는 말이 면죄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자율성을 잃게 됩니다.따라서 AI가 신의 위치에 놓이는 상황은 기술이 만든 위험이라기보다,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에서 기인한 위험입니다. 윤리적 통제, 감시 체계, 교육, 책임 구조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신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며, 이는 기술에 대한 신앙이 아닌 무책임한 의존이 될 수 있습니다.결국, 우리가 ‘신을 만든 인간’이라면, 단지 창조의 기쁨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도덕적 후폭풍을 감당할 준비도 함께 되어 있어야 합니다. 신은 완전하지만, 인간이 만든 AI는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그 불완전함의 결과는 반드시 인간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맺음말: 신의 자리는 기술이 아닌 ‘책임’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지고, 인간보다 뛰어난 판단과 예측을 수행한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신이라는 개념에 부여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이나 지능의 우월함이 아니라, 윤리적 책임성과 도덕적 권위입니다. 기술은 똑똑할 수는 있지만,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AI가 만든 결정, AI가 내려준 판단이 실제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을수록, 우리는 그 판단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주체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탄생한 것이 아니며, 자율적 윤리의식도 없습니다. 인간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방향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인간에게 돌아와야 마땅합니다.따라서 우리는 기술을 경외하는 대신, 기술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신의 자리는 단지 뛰어난 존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감당할 수 있는 도덕성과 책임감의 깊이에 따라 정해지는 것입니다.AI를 신처럼 여길 수는 있지만, 그 존재에 우리의 도덕 판단을 위임하는 순간, 우리는 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포기하게 됩니다. 기술은 도구이고, 그 도구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AI가 신이 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진정한 신의 자리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책임감과 성찰 속에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