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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편집자도 바뀐다

by revolu 2025. 7. 9.

"당신의 직업은 AI로부터 안전한가요?"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현실적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단순 반복 작업부터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종까지 빠르게 대체하거나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AI가 공장 노동자나 계산원 정도의 일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의사, 기자, 변호사, 심지어 크리에이터까지 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AI가 대체하는 직업, 어디까지 왔나?

AI의 직업 대체는 단순 반복 노동에서 시작해, 이제는 정교한 판단이 필요한 전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분야는 제조업과 고객 서비스입니다. 공장의 조립 라인은 이미 자동화 로봇이 대체한 지 오래이며, 콜센터에서는 AI 챗봇이 고객의 문의를 처리하고, 기본 상담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학력 전문직에서도 AI의 영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단순 보조를 넘어서, AI가 직접 진단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피부암 진단 AI인 '딥마인드(DermAssist)'는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 일부 피부과 전문의보다 높은 정확도로 병변을 감별해내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대안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응급환자의 선별 진료나 영상 판독 자동화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법률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AI는 방대한 판례와 법률 문서를 빠르게 분석하여 적합한 정보를 추출하거나, 표준 계약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중심으로 ‘리걸 테크(Legal Tech)’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변호사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보조되거나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금융업 역시 AI 대체 속도가 빠른 대표적 분야입니다. AI 알고리즘은 투자 리스크를 분석하고, 고객의 신용 평가를 수행하며, 실시간으로 금융사기를 탐지합니다. 핀테크 기업들은 AI를 통해 기존 은행 직원이 수행하던 고객 상담, 대출 심사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언론 및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부 해외 언론사는 AI 기자를 도입해 스포츠 경기 결과, 주식시장 리포트, 날씨 정보 등을 자동으로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 영상 자막 생성, 블로그 요약, SNS 게시글 초안 작성 등 콘텐츠 전반에 걸쳐 AI 도구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단순 노동을 넘어서, 지식 기반의 전문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향후 대부분의 직업 구조를 재편할 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 반복에서 창의 영역까지 확장된 AI의 영향력

기계가 하는 일은 언제나 ‘반복적인 작업’이라는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계산이나 분류 작업을 넘어, 인간의 창의력까지 모방하고 보조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 시작은 데이터 기반의 예측이나 추천 알고리즘이었지만, 이제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데까지 진입했습니다. AI 아티스트는 실제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만들고, AI 작곡가는 영화음악이나 광고 음악의 일부를 담당하며, AI 카피라이터는 마케팅 문구와 광고 문장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설명되기보다는, 인간의 창작물이 지닌 패턴과 문맥마저도 AI가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경연 대회에서 입상하고, 생성형 AI가 쓴 시가 문학 상에 후보로 오르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AI는 수천, 수만 개의 창작물을 학습하여 특정 스타일을 재현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창작이라는 개념도 ‘0에서 1을 만드는 것’에서 ‘1을 100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AI는 여전히 ‘감정’이나 ‘경험’이라는 인간 고유의 요소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내면화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창의적 작업의 많은 부분이 반복 가능한 공식과 패턴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AI는 점점 더 창작의 실무 단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이미 AI 도구를 통해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며, 작가들은 AI를 이용해 플롯을 구상하고 스토리라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더 이상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협업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인간의 감성과 AI의 계산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창작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전문가들

AI의 발전은 단지 기존 직업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AI와 협업하기 위해선 새로운 유형의 사고방식과 역량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신(新) 직업군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입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무엇을 입력하느냐'가 곧 '무엇을 얻느냐'로 직결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에게 명확하고 창의적인 지시문을 작성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도출하는 전문가입니다.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는 수준을 넘어서, 상황에 맞는 전략적 사고와 언어적 감수성이 요구되는 고도화된 직무입니다. 또 다른 분야는 AI 트레이너(AI Trainer)입니다. 이들은 AI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훈련을 진행합니다. 감정 분석, 대화 방식, 사용자 반응 등을 학습시키는 역할로, 특히 챗봇이나 감정형 AI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윤리적 판단 기준이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력 외에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AI 윤리 전문가 또한 빠르게 각광받고 있는 직업입니다. AI의 의사결정은 인간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편향된 학습이나 차별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윤리 기준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법률,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점검하고, 기업이 책임 있는 AI를 설계하도록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데이터 큐레이터(Data Curator)나 AI 콘텐츠 필터링 전문가처럼,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품질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잘못된 데이터가 학습되면 AI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며, 이는 실제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직무는 AI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AI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나 디지털 휴먼 제작자처럼 사용자와 AI 사이의 '경험'을 설계하는 직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단지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외형, 음성, 제스처 등을 디자인하는 분야입니다. 이는 UX(사용자 경험)와 감성 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결국,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는 인간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합니다.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돕도록 설계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AI 시대의 새로운 전문가입니다.

'전문직'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

과거에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기자 등 이른바 ‘전문직’은 고도의 지식과 오랜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한 영역이기에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습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와 빠른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보다 더 방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더 빠르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법률 업계에서는 계약서 검토나 판례 분석 업무에 이미 AI가 도입되어 시간과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로펌에서는 사내 AI를 통해 고객 질의에 응답하는 초기 상담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이는 변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지만 동시에 ‘신입 변호사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AI가 환자의 CT·MRI 영상을 분석하여 암이나 폐렴 등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의료 AI는 증상 기반으로 진단을 제안하고 환자 기록을 정리하는 등 진료 보조의 역할을 넘어 진료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이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AI 의료 솔루션이 1차 진료를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회계나 세무 분야에서도 AI 기반의 자동 회계 처리 시스템이 기업과 개인에게 널리 확산되면서, 반복적인 세무 기장 업무는 AI 프로그램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경력’이 자산이던 회계사 업계도 새로운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기자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AI는 기사 작성의 기본 골격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뉴스를 수집하고 편집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순 사실 전달 기사는 AI가 처리하고, 인간 기자는 분석과 인터뷰 등 보다 심층적인 역할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더 이상 ‘전문직’이라는 이름 하나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하며, AI와 협업해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가입니다. 인간의 역할은 단순한 전문가에서, AI와 협업하며 전략을 기획하고 판단을 내리는 창조적 지성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창의력은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일까?

많은 이들이 '창의력만큼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은 점점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AI는 수백만 개의 그림, 음악, 소설, 영화 시나리오, 뉴스 기사 등 방대한 창작 데이터를 학습하며, 사람처럼 ‘창작’하는 능력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AI가 쓴 소설이 문학상 예선에 진출하거나, AI 작곡 음악이 스트리밍 차트에 올라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방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창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인간의 창의력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감정을 통합하며, 때로는 의도적인 파괴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창의적 도약은 현재의 AI가 도달하기 어려운 차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AI가 창의력의 '보조자'로서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는 AI 도구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하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볼 수 있으며, 작곡가는 AI가 만들어준 음악을 바탕으로 감정을 조율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인간의 창의적인 순간을 자극하고,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부분을 대신 처리해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창의력은 ‘AI가 절대 못 따라올 영역’이라기보다는, 인간과 AI의 협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새롭게 정의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거부하거나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창의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입니다. 앞으로의 창작은 혼자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감성을 교차시키는 협력의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맺음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단순히 직업을 없애는 변화가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역할 구도를 재편하는 근본적인 혁신입니다. 일부 직무가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사고력, 창의성, 윤리 판단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에도 수많은 직업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등장하면서 사회는 더 발전해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 시기에도 '사라지는 직업'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새롭게 생겨나는 기회'에 대한 감각과 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입니다. 단순 작업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의사, 편집자, 회계사, 디자이너 등 수많은 전문 직종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전통적 정의’를 넘어선 진화된 직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와 유연성입니다.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AI를 도구로 삼아 자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직업의 진화라는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